하수구를 뚫는 일은 욕실이나 주방 배수구 하나를 손보는 것과 다릅니다. 집 안 곳곳의 물이 한데 모여 밖으로 나가는 굵은 관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경주에는 마당 아래로 관이 길게 묻힌 읍·면 농가도 있고, 몇 차례 고쳐 짓는 동안 관 길이 바뀐 시내 주택도 있으며, 여러 세대가 세로관 하나를 나눠 쓰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건물은 달라도 막힘을 겪는 흐름은 엇비슷하니, 이상하다 싶은 첫날부터 작업을 마친 다음까지 집에서 겪게 되는 순서를 따라 적었습니다.
집 안 물이 한꺼번에 굼떠졌다면
욕실 바닥만, 혹은 싱크대만 느린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이 같은 날 함께 느려졌다면 배수구 하나하나보다 그 물이 합쳐지는 관을 의심해야 합니다. 세탁기가 물을 뺄 때 변기 쪽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거나, 가장 낮은 배수구에 물이 고였다 빠지기를 되풀이하는 것도 같은 신호입니다.
농가라면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십시오. 비가 그친 지 한참 지났는데도 배수구 둘레가 질척하거나, 맨홀 뚜껑 틈으로 냄새가 새어 나온다면 막힌 곳이 집 밖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화 걸기 전 마당과 맨홀 둘러보기
연락하시기 전에 물 쓰는 일을 줄여 두면 넘침을 막을 수 있습니다. 빨래와 샤워는 잠시 미루고, 물이 고인 배수구에는 더 붓지 마십시오.
전화를 주실 때 다음 네 가지를 말씀해 주시면 그에 맞는 장비를 골라 싣고 나섭니다.
- ·느려진 곳이 한 군데인지, 여러 군데인지
- ·마당 맨홀이나 청소구가 어디쯤 있는지, 뚜껑이 보이는지
- ·최근에 집을 고치거나 방을 덧붙인 적이 있는지
- ·뚫어 보려고 약품을 넣었다면 그 제품 이름
넣은 약품은 작업 전에 꼭 확인하고 시작합니다. 섞인 약품이 관 속에 남아 있으면 장비를 넣는 순간 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늦게, 혹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알아차리셨더라도 출동합니다.
현장에서는 관이 어디로 이어지는지부터
도착하면 곧바로 장비를 넣지 않고, 물이 어디서 멈췄는지부터 찾습니다. 집 안 배수구에서 물을 조금씩 흘려 보며 어느 맨홀까지 물이 닿는지 살피고, 물이 멈추는 구간을 좁혀 갑니다.
황오동이나 성건동, 월성동처럼 오래된 집이 많은 동네에서는 방을 늘리며 관을 이어 붙여 처음 모양과 지금 모양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집에서는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 줄을 밀어 넣어 관이 어느 쪽으로 꺾이는지 화면으로 함께 봅니다. 관 길과 막힌 까닭이 드러나면 쓸 장비와 금액을 그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괜찮다고 하신 뒤에 손을 댑니다.
흙과 진흙, 굳은 때를 걷어 내는 과정
막힌 자리가 가까운 데다 걸린 것이 머리카락이나 휴지라면 스프링을 밀어 넣어 걸어 당깁니다. 뭉치가 단단하게 엉겨 스프링이 헛돌면 플렉스샤프트로 잘게 풀어냅니다.
농가 마당 관에서 흔한 것은 흙과 낙엽, 볏짚 부스러기가 한데 가라앉아 굳은 층입니다. 이런 층은 가운데만 뚫어도 바닥에 남기 쉬워서, 석션으로 먼저 퍼 올린 다음 고압세척으로 관 바닥과 벽을 쓸어 냅니다. 시내 주택에서 관 둘레에 기름때가 두툼하게 앉았다면 그 역시 고압세척으로 벽면까지 벗겨 둡니다. 그래야 뚫은 자리가 얼마 못 가 다시 좁아지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작업 중에 관이 깨졌거나 뿌리가 들어온 흔적이 보이면 손을 멈추고 화면을 보여 드린 뒤 어떻게 할지 여쭙니다. 처음 정한 금액은 손대지 않고, 여쭙지 않은 일을 덧붙이지도 않습니다.
뚫은 뒤 철마다 챙길 일
마무리로는 욕실, 주방, 세탁기 자리에서 차례로 물을 틀어 맨홀 쪽으로 시원하게 빠지는지를 같이 지켜봅니다. 그다음부터는 철 따라 아래 일만 챙겨도 다음 막힘을 한참 미룰 수 있습니다.
- ·가을 낙엽철과 큰비 전에는 마당 배수구 덮개를 열어 쌓인 것을 걷어 냅니다.
- ·진흙 묻은 장화나 연장은 흙을 털어 낸 뒤 씻습니다.
- ·맨홀 뚜껑 위에 짐이나 농기계를 세워 두지 않습니다.
- ·겨울에 마당 관 물이 얼어 멈췄다면 끓는 물을 붓기보다 먼저 연락 주십시오.
자주 묻는 질문
마당 맨홀을 찾지 못했는데 그래도 오시나요?
네, 괜찮습니다. 오래된 농가나 주택은 맨홀이 흙에 덮여 있는 일이 많아, 집 안에서부터 관을 따라가며 입구를 찾습니다. 찾아낸 뒤에 작업 범위와 금액을 말씀드립니다.
뚫은 뒤에 금방 또 막히지는 않을까요?
관 벽에 붙은 때까지 씻어 내면 막히는 간격이 훨씬 길어집니다. 다만 마당으로 흙이 계속 흘러드는 집은 배수구 덮개와 망을 손봐 두셔야 효과가 오래갑니다.
한밤중에 막혔는데 날이 밝을 때까지 참아도 될까요?
물을 전혀 쓰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아침에 연락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바닥으로 물이 번지기 시작했거나 화장실을 아예 못 쓰게 되었다면 시간을 따지지 말고 전화 주십시오. 밤에도 장비를 싣고 갑니다.
